"미국의 대이스라엘 경고"…안보리에 '가자지구 임시휴전' 첫 제안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임시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을 경고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피난민이 몰린 라파에 총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식량을 받기 위해 그릇을 내밀고 있다./AFPBBNews=뉴스119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제안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는 "실행이 가능한 한 조속하게 가자지구의 임시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초안은 "라파에서의 지상전은 민간인을 위험에 몰아넣고 잠재적으로 인접 국가로 난민을 이동시켜 지역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결의안은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이 원하는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데까진 나가지 않았다.

20일 유엔 안보리는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알제리 결의안을 두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나, 상임 이사국인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인질 석방 협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단 입장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이 독자 결의안 초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표결일은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표결을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스라엘의 전통 우방인 미국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시작 후 휴전에 반대해왔다.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된다면서, 휴전 대신 민간인 보호와 인질 석방을 위한 전투 일시 중단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이 임시 휴전 촉구를 명시한 결의안을 제시한 건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파 총공세를 예고한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위기그룹의 리처드 고완 분석가는 "미국이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란 사실만으로도 미국은 네타냐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미국이 지금까지 유엔 무대에서 보낸 가장 강력한 신호이며 이스라엘이 미국의 외교적 보호에 무한정 의존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로 주민이 대피하기 전 라파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가자지구 최남단 지역인 라파 인구는 약 25만명이지만 전쟁 시작 후 이스라엘 공격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한 피난민이 몰리면서 현재 1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난 상황이다.(가자 총 인구는 230만) 때문에 이곳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민간인 희생이 심각할 것이란 국제적 우려가 크다. 유엔은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설득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를 뿌리 뽑기 위해선 대대적인 지상 공격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 공세의 데드라인을 라마단(3월 10일부터) 이후로 공식화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00명 넘는 인질이 납치되자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4개월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쟁 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2만800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