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빌릴까…가전기기 렌탈 득실 따져보니[헛다리경제]

살까 빌릴까…가전기기 렌탈 득실 따져보니[헛다리경제]

⑪계약서 사인 전 계산기 두드려 봐야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매는 부담스럽고, 한 번 빌려 써볼까?"

가전기기를 구매하려고 온·오프라인 매장을 비교하다가 '렌탈' 권유를 받아본 적 있는가. 렌탈 서비스는 목돈 지출 없이 매 월 소액만 지불해도 제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게다가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할인' '0원'이라는 문구만 보고 계약서에 덜컥 사인해서는 안 된다. 한 달에 몇만 원 드는지, 계약기간을 얼마로 해야 할지,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있는지, 할부로 구매할 경우 렌탈 비용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등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수기 렌탈하면 돈을 준다고?

직접 LG정수기 렌탈 전화 상담을 받아 봤다. 상담사가 처음 언급한 것은 계약하면 소비자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환금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은 상환금을 주는 특별 프로모션 기간이라고 했다. 기자가 고른 제품을 4년 약정으로 계약할 경우 20만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계약기간이 길면 받을 수 있는 돈은 더 많다. 5년은 25만원, 6년은 27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필터를 자가관리한다는 가정하에(방문관리는 한 달에 약 2000이 더 비싸다) 4년(월 3만7900원), 5년(월 3만4900원), 6년(월 3만1900원) 렌탈 계약을 하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총 금액은 각각 181만9200원, 209만4000원, 229만6800원이다. LG전자 홈페이지 기준 동일 제품의 판매가는 127만6000수준. 약 33개월까지는 빌려 쓰는 게 나을 수 있지만 더 장기간 사용할 계획이라면 구매가 더 저렴하다.

문제는 위약금이다. 변심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데, 계약기간이 길면 가격 폭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상담받은 정수기의 경우 1년 이내 해지 시 할인 받기 전 제품 금액의 30%에 철거비를 더한 금액을 내야 한다. 2년 이내 해지 시 제품 금액의 20%와 철거비를, 3년 이내는 제품 금액의 10%와 철거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정수기 철거비에는 가정용 소모품비 7만3000원과 철거비 6만원을 포함하는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사용 1년도 안 돼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만 약 50만원이 넘는다.

결합 상품이 더 저렴하다고 두 가지 이상 제품을 묶어서 렌탈한 경우 위약금은 배로 발생한다.

점점 커지는 렌탈 서비스 시장, 앞으로는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0년 40조원이었던 국내 렌탈시장 규모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2030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렌탈 서비스의 시작은 1998년 4월 코웨이 정수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종류도 다양화되고 있다. 비데, 공기청정기, TV, 냉장고, 안마의자, 이제는 휴대폰까지 렌탈로 이어진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제품을 소유, 보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가격 거래 조건을 명확하게 제공받아야 한다.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는 선택지를 주고, 렌탈과 구매의 비교 정보를 확실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도 당당하게 비교를 요구해야 한다"며 "소비자 단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비교해서 알려야 하며 멀리 봤을 때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