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에콰도르 ‘비상사태’ 한 달…‘초호화 감옥’ 내부 공개

[월드 이슈] 에콰도르 ‘비상사태’ 한 달…‘초호화 감옥’ 내부 공개

[월드 이슈] 에콰도르 ‘비상사태’ 한 달…‘초호화 감옥’ 내부 공개
[앵커] 에콰도르 정부가 갱단의 폭력에 맞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에콰도르는 갱단 두목의 탈옥과 괴한의 방송국 난입, 교도소 내 폭동 등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지난달 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월드이슈 홍희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연일 군, 경찰과 갱단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죠? [기자] 비상사태 이후 갱단 조직원 7명과 경찰관 2명이 무력 충돌로 사망했습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달 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약 한 달 동안 6천 6백여 명의 범죄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달 에콰도르에서는 생방송 중이던 방송국 스튜디오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한 사건도 있었는데요, TV 화면에 복면을 쓰고 총을 든 괴한이 등장해 방송국 직원들을 위협하고, 총을 쏘기도 했습니다. 앞서 최악의 갱단으로 꼽히는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의 탈옥 사건이 분수령이었습니다. 이 갱단 두목이 탈옥한 뒤 괴한들이 검찰 청사에 무차별 총격을 하고 검사들에게 자신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협박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후 갱단을 수사하던 현직 검사가 총을 맞고 대낮에 숨지고 경찰차 폭파 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 같은 무법천지 사태에 맞서 국가 비상사태를 지난달 9일 선포했는데요, 에콰도르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접하며 얼어붙었습니다. [마리아 카라/상인/1월 :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보통은 사람들도 많고 거래도 많은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어요. (오늘 물건을 좀 파셨나요?) 아무것도 못 팔았어요. 사람들이 아예 나오지를 않아요."][앵커]탈옥한 갱단 두목이 감옥에 있었을 때 교도소 내에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던데, 이번에 교도소 내부가 공개됐다면서요?[기자] 마약밀매와 살인, 조직 범죄 혐의로 3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갱단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머물렀던 교도소 내부가 공개됐습니다. 중범죄자를 수감한 곳답지 않은 초호화 감옥의 모습이 드러났는데요, 감옥이라기보다 저택처럼 보이는 수감 장소에는 넓은 침대와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무려 4개였고, 마당에는 싸움용 닭 6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돈과 총을 들고 있는 마시아스를 그린 그림도 걸려 있었는데요, 감옥 내부에서는 여러 대의 노트북과 총기류도 발견됐습니다. 2022년 마시아스의 생일에는 케잌과 음악뿐 아니라 불꽃놀이까지 있었는데요, 감옥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해 군경들이 촬영한 것으로 미국 CNN이 입수해 보도했는데, 거대한 교도소 단지가 사실상 갱단의 본거지처럼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앵커]탈옥한 갱단 두목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는 거죠?[기자]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일명 '피토'라고도 불리는 아돌포 마시아스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50여 명의 탈옥범 검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위험지역에는 주민 통행 금지령도 내려져 있다고 합니다.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위치해 있는 에콰도르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됐습니다. 콜롬비아와 멕시코에서의 마약 거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풍선효과처럼 마약 밀매 조직이 에콰도르로 넘어가게 된 겁니다. 최근 사태가 심각해진 건 에콰도르로 유입되는 마약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이권 다툼이 거세져서 갱단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무법 천지에 일반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에디슨 야네즈/에콰도르 농촌 교구 정부 협의회 대표 : "더 이상 한 명, 한 명을 쫓아다니는 경찰이나 군대가 행동하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순찰을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앵커]지난해 당선된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30대로, 최연소 국가 지도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난국을 잘 타개할 수 있을까요?[기자] 중도 우파 성향의 노보아 대통령은 기예르모 라소 전임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따라 보궐 선거 성격의 대선에서 당선돼 지난해 11월 취임했습니다. 때문에 임기도 1년 정도 밖에 안되지만 갱단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다니엘 노보아/에콰도르 대통령/1월 :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평화를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오는 4월 치안 강화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조직범죄 소탕에 대한 국민 투표를 통해 엄격한 총기 규제를 추진하고, 군과 경찰의 권한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에콰도르 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자금뿐 아니라 각종 훈련 장비, 구급차와 건설 장비도 보냈습니다. 이렇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에콰도르 정부는 당분간 갱단과의 전쟁을 계속 벌여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때 평화로웠던 에콰도르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30대 젊은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제보하기▷ 전화 : 02-781-1234, 4444▷ 이메일 : [email protected]▷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