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 "'무늬만 지역의대' 대폭 증원…지역 고려 맞나"

보건의료단체연합

수도권 병원 둔 지방의대 미인가 학습장 문제
보건의료단체연합, 해당 의대 대폭 증원 지적
정부 "지역 필수의료기관 책무성 점검하겠다"
[서울=뉴시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 확정됐다. 경기·인천 대학들에 361명(18%)을 늘리고 나머지 1639명(82%)을 모두 지방에 배분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에 2000명 늘어나는 의과대학 정원을 지방의대에 82% 배정한 것을 두고 수련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방의대'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일 논평을 내 "이번 증원안엔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 의료계 시민사회 단체 6곳이 참여한다.

이들은 "국립대 병원 인원을 빼면 사립대 의대 증원 인원 1194명 중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가 764명(64%)으로 사실상 수도권 민간 대형병원들의 민원수리 성격이 짙다"며 "문제된 울산대, 성균관대 200% 증원 등 대형병원들의 증원 폭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런 지적대로 서울아산병원과 연계된 울산대 의대와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과 연관된 성균관대 의대는 정원 40명이 120명으로 각각 3배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수도권에 병원이 있는 건국대(건국대병원), 을지대(을지대병원·의정부을지대병원), 차의과대(분당차병원)도 각각 40명 수준이던 의대 정원이 2배 이상 늘어난다. 건국대(충주)와 을지대는 각각 100명으로 늘어나고 차의과대는 80명이 된다.

의대 정원을 93명에서 150명으로 늘린 순천향대는 순천향대서울병원과 순천향대부천병원을 운영한다.

경기 안양 성심병원과 서울 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을 보유한 한림대도 강원에 있는 의대가 76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동국대 일산병원이 있는 동국대도 경북 경주의 분교에 소재한 의대가 49명에서 120명이 된다. 가톨릭관동대(국제성모병원)도 49명을 100명으로 늘린다.

이들 대학 중 일부는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수업을 하다 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도 교육부가 차의과대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미인가 학습장 운영을 적발했다.

당시 감사 결과를 보면, 차의과대는 2014년 1학기부터 2020년 2학기까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과 간호학과, 간호학사학위 특별과정의 이론 수업 총 487개를 인가 받지 않은 학습장 3곳에서 실시했다.

경기 포천시에 소재한 차의과대학의 부속병원은 경북 구미시에 있는 구미차병원이다. 그러나 이 대학은 2013년에도 분당차병원에서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수업을 하다 교육부 재무감사에서도 적발 당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들 의대는) 아예 서울에만 있거나 수도권에 미인가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교육·실습을 한다"며 "명분은 지역의료이고 사실상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정책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책무성들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며 "거기에 따른 이행점검을 통해 그러한 활동들이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