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어요] “특식 나오는 날, 30분만에 품절”...입주민 70% 찾는 아파트 식당

[가봤어요] “특식 나오는 날, 30분만에 품절”...입주민 70% 찾는 아파트 식당

‘집밥 대신 아파트밥’...아파트 조중식 서비스 인기
칩·얼굴인식이 결제수단… 관리비로 청구
급식업계, 저렴한 구내식당 대신 아파트 고급화 전략 승부수

“집에 있다가 예약 시간에 맞춰 슬슬 내려와 먹으면 되니 편해요. 강남에서 8500원으로 샐러드바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어 인기가 많은 거죠.”

지난 15일 정오.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단지 내 식당을 찾은 사람들./김가연 기자

지난 15일 정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단지 내 식당은 40여개 식탁이 꽉 찰 정도로 붐볐다. 이날 점심 메뉴는 로제찜닭(한식), 푸팟퐁커리(일품)였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60대 이모씨는 “지금 식사 예약하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아내와 둘뿐인데 매번 집에서 밥을 차리는 것도 일이고, 여기선 매일 다른 메뉴를 먹을 수 있으니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급식업체들이 아파트 단지 내 식음료 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기업 구내식당과 달리 주거단지에선 고급화 전략을 세울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 이득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1·2인 가구, 고령 인구, 맞벌이 가정 증가 등의 요인으로 아파트 식당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손민균

이곳 입주민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식당 줄서기’를 누르고 대기 예상 시간을 확인한 후 식당을 방문한다.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칩을 찍고 입장하면 별도 결제 없이 식사가 가능한데, 칩에 입력된 식사기록으로 추후 식사비가 관리비로 청구되는 방식이다. 식사비는 입주민 8500원, 입주민 일행(외부인) 1만원이다.

점심 식사 중이던 A(33)씨는 “요즘 과일이 비싼데 매일 샐러드바에 과일 한 종류가 제공되는 게 제일 좋다”며 “메뉴 두 종류 중 ‘일품’은 포장도 돼서 가끔 집에서 조용히 먹고 싶을 땐 포장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대형 신세계푸드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점장은 “한 달 동안 전체 2296세대 중 70~80%가 한 번 이상은 이용한다”며 “1~2달에 한 번씩 스테이크, 장어 등 특식을 내는데 300식이 30분이면 동난다”고 설명했다.

(위)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단지 내 식당은 얼굴인식 후 식권을 받을 수 있다. (아래) 지난 15일 오후 1시. 식당을 찾은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입주민들. /김가연 기자

오후 1시 인근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내 식당을 찾은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빈손으로 터덜터덜 걸어와 키오스크에 얼굴을 내밀었다. 입주민 얼굴 인식이 완료되면 식권이 나온다.

대학생 김모씨는 요즘 매일 점심을 아파트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출근하시면 방학엔 점심을 혼자 먹어야 해서 식당에 와서 먹게 된다”며 “점심·저녁을 앱에서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는데, 오늘 늦게 예약했더니 한식은 품절이라 양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아워홈이 운영 중이며 한식, 인터내셔널 2가지 메뉴로 중·석식을 제공한다. 입주민 9000원, 입주민 일행(외부인) 1만원에 식사를 할 수 있다.

60대 B씨는 함께 온 친구 5명과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그는 “단지 내 모든 결제 수단이 얼굴인식이다 보니 매번 모든 비용을 내가 다 물어야 해서 관리비가 많이 나오지만, 친구들과 한 끼 식사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며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는 아니지만 1만원 이하로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입주민들이 많아 지난주부턴 밥양을 절반가량 줄이고 가격을 5000원으로 낮춘 ‘키즈 메뉴’도 도입했다”며 “평일 800식, 주말 1000식을 준비하는데 매번 거의 소진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