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태풍 시련 딛고 다시 기지개 켜는 에메랄드빛 괌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코로나19·태풍 시련 딛고 다시 기지개 켜는 에메랄드빛 괌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SNS 맛집’ 보석 쏟아 부은듯 영롱한 에메랄드밸리/연인 슬픈 전설 깃든 사랑의 절벽/마젤란의 흔적 만나는 우마탁 해변·솔레다드요새/윤슬 반짝이는 메리조포구/안전하게 물놀이 즐기는 이나라한 천연수영장/정글리버 크루즈·라테마을 투어도 인기
 
 
괌 에메랄드밸리.
야자수가 그늘을 드리운 이국적인 해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가시거리를 무한대로 펼친 푸른 하늘. 밤이면 신나는 연주가 흘러나오는 칵테일바. 파도소리 들으며 선베드에 기대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연인들. 이보다 더 완벽한 쉼이 또 있을까. 겨울에 찾은 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 섬나라 괌. 첫발을 내딛자 추위에 꽁꽁 얼었던 가슴은 한순간에 무장해제되고 만다.
 
사랑의 절벽.
사랑의 절벽.
◆태풍 시련 딛고 기지개 켠 에메랄드빛 바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면 닿는 미국령 괌은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다. 연평균 기온 섭씨 27도로 사계절 구분이 거의 없어 언제라도 야자수가 펼쳐진 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괌 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 기준 괌 관광객 52만2000여명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은 30만명에 달한다. 괌 주요 여행지를 걷다 보면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이 훨씬 많아 여기가 과연 외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다 보니 괌은 미국 땅이지만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렌터카를 사용할 때 국제운전면허증도 필요 없다. 우리나라 면허증만 제시하면 쉽게 차를 빌려 섬 전체를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섬이 작아 3박4일이나 4박5일의 짧은 기간 동안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괌 여행의 매력이다.
 
사랑의 절벽.
괌 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투몬베이 북쪽 사랑의 절벽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입구로 들어서자 갑자기 굵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괌은 하루에도 수차례 스콜이 쏟아지지만 금방 그치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먹구름도 걷히며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섬 하나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망망대해라니.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남쪽으로는 건비치, 투몬비치, 이파오해변이 순서대로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두 개의 버섯바위로 유명한 탱기슨 해변이 아름답게 놓였다.
 
사랑의 언덕 하트 자물쇠.
112m 높이 깎아지른 절벽은 한눈에서도 많은 사연이 담겨 있어 보인다. 연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매표소 옆 벽화에 그려져 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괌 추장의 아름다운 딸이 스페인 장교와 강제 결혼할 위기에 처하자 사랑하는 남자와 도망쳤고, 쫓기던 끝에 사랑의 절벽에서 서로의 머리카락으로 몸을 단단히 묶은 뒤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이런 얘기 때문에 사랑의 절벽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상징적인 괌 여행지가 됐다.
 
에메랄드밸리.
에메랄드밸리.
사랑의 절벽에서 차로 25분을 남쪽으로 달리면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 난 에메랄드 밸리에 닿는다. 좁고 긴 수로를 따라 보석을 잔뜩 쏟아부은 듯한 영롱한 빛깔의 물길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보는 순간 감탄이 쏟아진다. 길을 따라 끝까지 걸으면 갯바위를 때리는 푸른 파도와 에메랄드빛 수로가 만나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사실 이곳은 인근 카브라스화력발전기의 냉각수로 사용하는 물길이 드나드는 곳이다. 하지만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빛이 동화 속 풍경을 만들어 대충 찍어도 화보를 얻을 수 있다. 에메랄드 밸리 인근에는 세티 베이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조금 오르면 푸른 숲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난다. 날씨가 좋으면 괌 남쪽 작은 섬 코코스 아일랜드까지 보이고 전망대 아래쪽에 7개 세티폭포를 만나는 험난한 하이킹 코스도 이어진다.
 
우마탁마을.
우마탁마을 해변.
◆마젤란의 흔적 만나는 우마탁 해변
 
세티 베이 전망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괌 남부 투어가 시작된다. 하이라이트는 마젤란을 마주하는 우마탁 마을과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솔레다드 요새. 하얀색 알파벳 조형물 ‘UMATAK’으로 꾸민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고즈넉한 작은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변에 선 4m 높이의 소박한 하얀탑이 마젤란 상륙기념비. 탐험가 마젤란이 1521년 3월 6일 괌을 처음 발견한 뒤 상륙해 배를 정비한 곳이 바로 우마탁 마을이다.
 
마젤란 상륙기념비.
스페인의 지원을 받은 마젤란은 서항로 개척을 위해 1519년 8월 10일 배 5척과 승무원 270명을 이끌고 스페인 세비야를 출발해 대항해에 나선다. 마젤란 일행은 마젤란해협을 지나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태평양을 횡단해 99일 만에 괌 우마탁에 도착한다. 4000년 전부터 차모르인이 주인이던 괌은 마젤란이 발을 들여놓은 뒤 1668년부터 3세기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다. 매년 3월 21일 마젤란 일행의 도착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지는 해변에선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거대한 노거수 두 그루가 해변을 거의 차지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만난다. 스페인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산디오니시오 성당도 둘러볼 수 있다.
 
솔레다드요새 전망대.
솔레다드요새.
솔레다드요새 초소.
솔레다드 요새 정상에 서자 아담한 우마탁 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괌의 여러 풍경 중 솔레다드 요새를 뛰어넘을 곳은 없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요새의 성벽을 배경으로 연인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저장하느라 분주하다. 우마탁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자리 잡은 솔레다드 요새에는 지금도 바다를 행해 겨눈 대포와 돌로 만든 감시초소가 그대로 놓여 흘러간 옛 시간을 전한다. 스페인 범선이나 영국의 함대를 감시하는 용도로 쓰인 곳으로, 18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우마탁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놓인 벤치가 인기 포토존. 마을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연인의 뒷모습을 찍으면 인생샷을 선물할 수 있다.
 
메리조포구.
괌의 가장 남쪽 마을인 메리조포구도 햇살을 즐기며 걷기도 좋아 연인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바다를 향해 길게 놓인 선착장이 포토존으로 윤슬로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근사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1910년에 새운 메리조 종탑도 만난다.
 
곰바위.
이나라한 천연수영장.
이나라한 천연수영장.
◆진짜 괌을 보고 싶다면 라테마을로 가라
 
이나라한 천연수영장으로 가는 길에는 재미있게 생긴 거대한 곰바위를 만난다. 멀리서 봐도 영락없는 곰을 닮은 바위는 파도와 바람이 오랜 시간 조각한 자연의 선물. 이나라한 천연수영장으로 들어서자 햇살을 가리는 오두막에 여행자들이 앉아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오후의 피크닉을 즐긴다. 기암괴석이 바닷물을 가둬 만든 천연수영장에선 많은 이들이 신나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괌에서 물놀이하기엔 이나라한 천연수영장이 최고의 장소일 것 같다. 높은 파도와 해류가 없어 아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할 수 있다.
 
라테마을 정글크루즈.
라테마을 투어.
라테스톤.
괌에서 가장 긴 탈로포포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라테마을 투어는 괌 주민들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선착장을 출발한 정글리버 크루즈는 코코넛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진짜 괌 풍경을 선사한다. 차모르 원주민인 캡틴 댄이 전통방식으로 학꽁치 등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묘기쇼를 즐기며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서면 라테마을에 도착한다. 차모르어 인사말 “하파데이(Hafa Adai)”를 외치며 반갑게 맞는 원주민들의 환한 미소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라테마을 코코넛 공예를 선보이는 원주민.
마을로 들어서자 차모르 전통양식 주거지인 라떼스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테스톤은 집을 받치는 기둥으로 곳곳에서 라테스톤이 발견돼 이곳에 한때 꽤 큰 마을이었음을 전한다. 차모르 여인이 귀에 꽂는 붉은 꽃 히비스커스 등 다양한 꽃이 만발해 마치 파라다이스에 발을 디딘 듯하다. 댄이 선사하는 ‘코코넛쇼’에 여행자들의 웃음이 터진다. 전통방식으로 코코넛을 갈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고 코코넛 수염을 이용해 막대기를 문질러 불을 지피는 묘기를 즐기다 보면 마음 가득 즐거운 휴식이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