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고릴라 출산, 산부인과 의사 긴급 투입…이유는?

'멸종 위기' 고릴라 출산, 산부인과 의사 긴급 투입…이유는?

美 텍사스주 동물원서 고릴라 제왕절개 출산
임신중독증 증세 보여 수술 진행…건강 양호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임신중독증 증세를 보인 멸종위기종인 고릴라가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지난달 5일 포트워스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인 서부고릴라(서부로랜드고릴라) 새끼 '자밀라'가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자밀라의 엄마인 '세카니'(33)는 2월 중 자연 분만할 계획이었으나 임신중독증의 일종인 전자간증 증세를 보여 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하게 됐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 고릴라 자밀라[이미지출처=포트워스 동물원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고릴라 등 영장류의 출산 과정은 인간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동물원 측은 산부인과와 마취과, 신생아과 등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 팀을 구성해 세카니의 수술을 진행했다. 동물원 측은 고릴라의 제왕절개 수술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을 맡은 산부인과 전문의 제이미 워커 어윈은 자밀라의 탄생에 대해 가디언에 "놀라웠다"며 "인생에 한 번뿐일 기회였다"고 말했다.

동물원 측은 산모 세카니와 새끼 자밀라 모두 건강한 상태이며, 세카니가 수술에서 회복 중이라 사육사들이 자밀라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태어난 서부고릴라는 주로 서아프리카 저지대의 열대 우림에서 서식하며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 30~40년, 사육할 때는 50년 정도다. 성체의 키는 150~180㎝, 몸무게 135~275㎏이다. 서부고릴라의 임신기간은 약 270일이고 평균 3년 반 간격으로 보통 한 번에 한 마리씩 새끼를 출산한다. 이 고릴라의 개체 수는 약 12만 마리로 추정되며, 잦은 사냥과 전염병 등으로 인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 제이미 어윈이 새끼 고릴라를 안고 있다.[이미지출처=포트워스 동물원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앞서 2016년에도 영국 브리스틀 동물원에서 서부고릴라 케라(11)가 임신중독 증상을 보여 인근 지역의 산부인과 의사의 도움으로 제왕절개로 출산한 바 있다. 당시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케라의 출산을 두고 "영국 내에서 고릴라가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출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고릴라의 제왕절개 출산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1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2014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도 어미 고릴라의 난산으로 새끼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해 새끼 고릴라의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수술은 수의사가 집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