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혜영 시인 "문학으로 외로움 버티며 살아요"

재미 한혜영 시인 "문학으로 외로움 버티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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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현 기자기자 페이지

등단 35주년,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 출간

재미동포 한혜영 시인
재미동포 한혜영 시인

[한혜영 시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미국 플로리다에서 33년을 살다가 시애틀로 이사한 지 3개월이 됐네요. 플로리다에 있을 때도 한인이 거의 없었어요. 해외에 오래 살면서 문학으로 외로움을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올해 등단 35주년을 맞은 재미동포 한혜영(71) 시인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집중해야 할 어떤 것이 필요했는데, 문학이 내게 큰 힘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목표를 두지 않고 한 편 한 편 잘 쓰자는 마음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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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간 틈틈이 써온 시 60편을 묶어 최근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아동출판 상상아)를 출간했다.

동시 이외에도 시와 시조, 장편 동화, 장편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온 시인이 2019년 펴낸 동시집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동시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나이 많은 집게들은/ 늙은 사자처럼 이빨이 시원치 않다 /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젊은 사자처럼/ 꽉!/ 물고 있어야 하는데/ 빨래가 조금만 몸부림쳐도 놓쳐버린다"(시 '치과로 간 빨래집게' 일부)

이 표제작은 오래된 빨래집게와 새 빨래집게의 특징을 대비하면서 빨랫줄에 걸린 빨래와 빨래집게를 떠올리게 한다. 빨래집게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상 속 친근한 소재다.

한혜영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
한혜영 동시집 '치과로 간 빨래집게'

[아동출판 상상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인은 "어린이들이 읽는다고 너무 쉽게 자연을 소재로 아름다운 낱말만을 동원해서 쓰는 시여서는 안 된다"며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시, 이미지가 잘 그려지고 메시지가 있는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시를 쓰다 보면 어려서부터 잠재적으로 내재한 것이 나도 모르게 끌려 나오곤 한다"며 "동심과 시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야 문학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노크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상황을 예로 들며 '변기'를 소개하고(시 '퀴즈'), 담과 지붕을 넘어 다니며 옥상에 널어놓은 생선을 먹는 고양이의 관점에서 동화적 상상력을 풀어내기도 한다.(시 '도둑고양이')

충남 서산 출신인 시인은 1989년 잡지 '아동문학연구' 봄호에 동시조로 등단했다. 1994년 '현대시학'과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와 동시를 함께 써왔다.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와 뱀 잡는 여자' 등 4권, 동시집 4권, 시조집 1권, 장편소설 1권, 장편 동화 11권 등 21권의 책을 펴냈다.

추강해외문학상 신인상(1997), 미주문학상(2006), 동주해외작가상(2020), 해외풀꽃시인상(2021) 등을 수상했다.

rap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