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애플처럼"...급증하는 주주 행동주의, 상장사 주인은 '주주'



[파이낸셜뉴스] 최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주환원이 이뤄져야 실질적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평가의 근본적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선 중장기적 밸류업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선진국 대비 처참한 주주환원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주 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16개에 불과하던 주주 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60개까지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0곳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년여 만에 6배가 늘어난 수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 평균이 30% 초반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은 39.7%로 코스피보다 7%p 높았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선진국보다 더 뒤떨어진다. 지난 2015~2016년에만 해도 10조원대를 기록했던 국내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3년 3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2023년 평균치는 2조7000억원이다. 순이익 대비 매입 비중도 지난 2015년 11.7%로 고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2.9%에 그쳤다.

미국 증시에서의 평균 자사주 매입은 2018~2022년에만 7645억달러, 약 994조원에 달했다. 순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 비율은 5년 동안 평균 56%로 배당성향보다 높았다.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 기반으로 계산된 최근 5년간 코스피 총 주주환원율은 38.3%였지만, S&P500의 경우 주주환원율 평균이 96%에 육박한다.

유럽은 유로스탁50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총 주주환원율 평균이 63.7%로 코스피보다 30%p 가까이 높았다. 자사주 매입 비율이 최근 5년간 7.2%로 미국 대비 낮았지만 5년 평균 배당성향은 56.5%로 코스피, 미국 대비 각각 23.8%p, 16.8%p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정윤 연구원은 "한국의 거버넌스 문제는 결국 주주의 권리부터 시작된다"라며 "주주환원 확대 요구 등 주주의 권리에 기반한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이 확대되는 현상은 성장통이지만, 이 진통이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선진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으로 미래 내다보는 애플
미국 증시에서 애플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2023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1.95%로 36.5%를 기록한 지난 2017년부터 수직 상승했다. 순이익은 2017년 484억달러에서 지난해 97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ROE 증가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자본총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ROE 계산 시 자본총계의 2년 평균을 활용하는데 애플은 2017년에 1311억달러를 고점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2년 평균치는 564억달러로 고점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애플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연평균 775억달러 수준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같은 기간 평균 순이익 773억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했으나 배당성향도 10% 중반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순이익을 초할 정도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까지 지급하면서 이익잉여금은 2017년 982억달러에서 2023년 -117억달러로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현금성 자산은 300억달러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윤 연구원은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 주식 수는 2013년 263억주를 고점으로 현재 154억6000만주로 급감했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ROE, PBR, EPS(주당순이익) 상승에 기여하면서 기업가치 증대의 신호로 이어지고 주가 상승, 주주 지분가치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