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달렸는데 MRI보다 돈 안된다니”…의료행위별 수가제도 손 본다

“목숨 달렸는데 MRI보다 돈 안된다니”…의료행위별 수가제도 손 본다

행위 대신 성과·가치 기반으로


12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움직이고있다. 2024.3.12 [김호영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 위해 현행 수가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현행 제도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모든 개별 의료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행위별 수가제도는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를 늘리는 데 집중하게 돼,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경증 환자를 많이 진료하면 할수록 더 많은 수가를 받게 돼 과잉진료를 초래하지만, 정작 중증환자 치료나 수술 등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행위별 수가제도의 단점을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도록 지불제도를 가치 기반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현행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이 되는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한다. 현재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 등 5가지 분야로 구분하는데, 수술과 입원, 처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반면 영상이나 검사 분야는 고평가돼있다.

실제로 MRI와 같은 영상 검사는 원가의 117.3%%, 검체 검사는 135.7%를 수가로 돌려받는다. 하지만 수술은 81.5%, 처치는 83.8%, 진찰이나 입원은 85.1%로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친다.

박 차관은 “상대가치 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 산정의 권한을 의사협회가 위임받았으나, 내부 조정에 실패하면서 진료 과목 간 불균형이 심화했다”며 “상대가치 개편 주기도 5∼7년으로 길어 그간 의료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상대가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상대가치 개편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고,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또 근거 중심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으로 삼을 패널 병원은 현행 100여개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박 차관은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의사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고,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 등으로 필수의료 분야를 제대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투자하기로 한 10조원을 화상, 소아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5조원 이상을 집중 보상한다. 저출산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의 분야에도 3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박 차관은 수가제도 개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우려에 대해선 “행위별 수가제도를 유지하면 늘어나는 고령화의 의료비 지출을 감당해내기가 어렵다”며 “상대가치는 말 그대로 신규 재원을 통해서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있는 여러 가지 분야별 상대적인 가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