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당선 확실시되지만… 독일 대통령 "축하하지 않겠다"

푸틴 당선 확실시되지만… 독일 대통령

러시아와 경제협력에 공 들인 독일
우크라 침략 후 "우리가 틀려" 자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축하할 뜻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독일은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는 타우러스 미사일에 대해선 여전히 “제공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1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푸틴의 재선을 축하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푸틴에게 어떠한 축하 편지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게티이미지 제공
앞서 러시아에선 15∼17일 사흘간 대선 투표가 진행됐다. 개표 결과 푸틴이 최소 87%의 득표율을 올려 당선이 확정됐다. 푸틴은 2000년 처음 임기 4년의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4년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러시아 헌법의 ‘3선 금지’ 조항에 따라 2008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으나 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대통령 임기(2008∼2012) 동안 총리로 있으면서 실권을 휘둘렀다. 2012년(3선) 대통령에 복귀한 푸틴은 헌법을 고쳐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 규정도 무력화했다. 그 결과 2018년(4선)과 올해(5선) 차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만약 2030년 대선에 또 도전해 승리한다면 오는 2026년까지 집권이 보장된다. 사실상 ‘차르’(황제)의 부활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오늘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인들, 특히 푸틴 정권이 가하는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 용감한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 대선을 반(反)민주적 선거로 규정한 독일 외교부의 공식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앞서 독일 외교부는 러시아 대선을 ‘사이비(pseudo) 선거’라고 깎아내리며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라며 “푸틴은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고 비난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궁에서 만난 모습. EPA연합뉴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2005∼2021년 재임)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외교장관을 지냈다. 푸틴과도 여러 차례 만나 독·러 경제협력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만 힘을 쏟은 나머지 동유럽에 대한 푸틴의 영토적 야심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리(독일)는 경제 분야 협력을 위해 러시아와의 대화를 간절히 원했지만, 푸틴은 이를 우리가 나약하다는 징표로 받아들인 것 같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독일의 대(對)러시아 외교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