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개혁 100일새 몰아쳤다”…만성적자 시달리던 ‘이 나라’ 12년만에 재정흑자

“10년치 개혁 100일새 몰아쳤다”…만성적자 시달리던 ‘이 나라’ 12년만에 재정흑자

“국회 필요 없다”는 막가파
대대적 긴축으로 재정 건전화
페소화 가치 안정되면서
물가·환율 변동 잦아들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주민이 100달러 이미지가 그려진 건물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불과 100일새 10년치 긴축과 개혁정책이 아르헨티나를 뒤흔들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각종 복지삭감을 밀어붙이면서 아르헨티나는 12년 만에 첫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지출을 줄이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선거유세에 나섰던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의 성과다. ‘충격요법’에 따라 단기간 크게 치솟은 인플레이션 지표도 진정되는 모양새다. 달러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암시장)간 간극이 크게 줄면서 통화시장도 정상화되는 추세다.

올 1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5184억1000만 페소(약 8100억원)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2000년 이후 세 차례의 디폴트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가 2012년 8월 이후 처음 기록한 흑자다. 밀레이 대통령이 대규모 복지지출 삭감과 정부부처 축소, 예산동결, 연금동결을 밀어붙인 결과다.

대대적인 정부 재정지출 감소로 인플레이션도 진정세다. 취임 첫달인 작년 12월 인플레이션율은 25.5%까지 치솟았지만, 1월 인플레이션율은 20.6%, 2월은 13.2%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페소화의 낮은 신뢰성으로 연간 250%의 물가상승과 환율급등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 경제의 비정상적인 지표들도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공식 환율보다 2배이상 높게 거래되던 달러 시세는 현재 공식 환율대비 15% 내외 더 높은 수준으로 안정됐다. 취임 직후인 작년 12월 13일 페소화 가치를 달러당 365페소에서 800페소로 약 54% 절하한 데 따른 효과다.

표면상 ‘극약처방’ 자체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통화가치를 하루 만에 50%를 절하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2000년 이후 3번의 디폴트가 반복되며 거시경제 불안이 오래됐고 공식환율과 비공식환율의 격차가 크다보니 그에 맞춰 개혁의 폭도 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같은 개혁 드라이브가 계속될 수 있을 지다. 단기 물가급등과 각종 복지삭감에 따른 서민 고통을 비롯한 부작용도 극심하다. 취임 직후 페소화 가치를 절반으로 깎는 조치를 취하면서 수입물가가 폭등했다. 또 재정긴축을 위해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면서 에너지, 교통비 역시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현지 교민은 “밀레이 대통령이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면서 주유소 기름값은 석달 새 2배로 뛰었고, 지하철 요금도 올 초 110페소에서 최근 574페소로 5배 이상 올랐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이 너무 극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