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사 대신 동역사?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

강도사 대신 동역사?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

예장합동 여성TFT
여성사역자 명칭으로 ‘동역사’ 논의
여동문회, “거절합니다”
총회 직영 신학교 교수들도 ‘갸우뚱’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소속 한복경 전도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달 시위를 시작한 여동문회는 오는 9월 총회가 열릴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여성TFT)가 여성사역자들의 처우 개선책으로 ‘동역사’란 명칭을 제기한 가운데, 해당 논의를 둘러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예장합동 여성TFT는 지난달 27일 대전남부교회(류명렬 목사)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여성사역자들의 새로운 명칭과 실행 방안 등을 모색했다.

여성신대원 졸업생들에게 강도사 직분 대신 ‘동역사’란 명칭을 부여하자는 방안은 여성TFT 사역분과 위원인 최윤영 목사가 제안했다. 최 목사는 하나님이 하와를 아담의 ‘돕는 배필’이라고 부른 점과 바울이 브리스가와 아굴라를 ‘동역자’라고 호칭한 내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총회 헌법에도 없는 동역사 명칭에 갸우뚱하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양현표 총신대 신대원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도권을 허락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동역사 명칭은 처음 들어 본다”며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여성 졸업생들이 타교단으로 이탈하고 있다. 여성 신입생 비율도 여성 안수를 주는 신학교들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며 “시대적인 흐름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희성 총신대 교수는 “동역사란 명칭은 생소할 뿐만 아니라 개념도 모호하다”며 여성 강도사의 지위를 뒷받침할 신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구약 시대에도 미리암 드보라 노아디아 등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여선지자들은 있었다”며 “여성 사역자들이 공적으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역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회장 이주연 전도사)도 동역사 명칭에 반대하고 있다. 여동문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총회가 정하려는 ‘동역사’ 명칭을 정중하게 거절한다”며 “총회가 제안한 ‘동역사’는 남녀 차별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때문에 여성 안수를 논할 수 없다면서 헌법에도 없는 이 명칭을 왜 거론하냐”며 “우리는 여성 강도권과 여성안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여동문회는 “판사 의사 교수 장관 대통령도 남녀에 따라 명칭이 둘로 나누지 않는다”며 “여성사역자에게 동등한 역할과 지위를 부여할 거면, ‘동역사’가 아닌 ‘강도사’ 직분을 주면 된다”고 항의했다. 또 “총회는 전문 교수들에게 여성안수 연구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라”며 “여성사역자들을 동역자로 인정하고 강도권과 여성 안수를 허락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